[미래기술] 모바일 메신저 '챗봇(Chatbot)'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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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3.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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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Commerce)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주문과 결제 채널일 것입니다. 구매 고객이 쉽고 빠르게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커머스 사업자들은 끊임없이 주문 채널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죠. 작년에 간편 결제가 큰 화두가 되어 너도나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쉽고 빠른 결제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자의 의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문 채널은 역사적으로 꾸준히 진화해 왔습니다. 스마트폰과 신용카드가 없었던 시절에는 매장에서 고객과 판매자가 직접 만나서 거래하는 대면 주문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신용카드와 같은 결제 수단이 보급되면서 직접 만나지 않고도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상담원이 주문을 받는 방식의 비대면 주문 채널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홈쇼핑과 같은 산업의 발달은 상담원 전화주문 방식의 보편화를 가져왔는데요. 폭주하는 주문을 빠르게 처리하는 동시에 상담원 전화주문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동주문 ARS(Automatic Response Service)라 불리는 비대면 주문 채널이 도입되었습니다. 홈쇼핑을 중심으로 자동주문할인과 같은 유인 정책을 통해 사용자들을 ARS 주문 방식으로 전환시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물론 PC가 보급되고 웹이 보편화되면서 온라인 상거래가 성장함에 따라 자체 몰 또는 오픈 마켓과 같은 플랫폼에서 웹 기반의 주문 처리도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PC라는 디바이스는 사용자들에게 접근성이 낮다는 불편함이 있었죠.
2009년부터 시작된 스마트폰의 확산과 결제 수단의 발달은 모바일 앱 기반의 주문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모바일 앱 주문 방식이 매우 보편화되어 홈쇼핑뿐만 아니라 화장품 업계 등 대부분의 커머스 사업자들이 모바일 앱을 개발하여 홍보하는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페이스북 개발자 대회 F8에서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는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신저에 있다!’라고 선언하면서 지능형 챗봇(Chatbot) API라는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알파고’에서 시작된 지능형 키워드가 유행이었지만 챗봇 API라는 생소한 키워드는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비단 페이스북만이 아니라 카카오톡, 라인, 위챗과 글로벌 메신저 업체가 경쟁하듯 챗봇 API를 공개할 것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졌죠.
l F8 2016에서 연설 중인 마크 저커버그 (출처: https://goo.gl/Sq9pUe)
필자가 15년 동안 모바일 업계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해온 경험을 기반으로 추정해 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의 우월성 때문입니다. 국내 카카오톡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메신저는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친숙한 채널이라는 것입니다. 유치원생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매일 쓰는 유일한 앱이 바로 카카오톡입니다. 카카오톡과 관련된 ‘카톡 할래?’, ‘단톡(단체 카톡)’과 같은 단어는 표준어에 준하는 범용적인 용어가 되어 버렸죠.
일상생활에 스며든 카카오톡은 과거 메시지 전송의 필수 매체였던 SMS(Short Message Service)와는 이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SMS로 받았던 카드승인 알림, 계좌이체 알림, 배송 알림과 같은 정보성 메시지조차도 이제는 ‘카카오톡 알림톡’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은 그런 사용자 경험을 반영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l 카카오톡 (출처: www.kakao.com/services/8)
둘째는 폰 포비아 현상입니다. 10~30대를 의미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 출생의 세대)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인데요. 이 세대의 특징은 바로 통화를 싫어하는 폰 포비아(Phone Phobia, 전화 울렁증) 증세를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로는 수다를 많이 떨지만 전화만 하려고 하면 생각이 안 떠오르고 용건을 잊어버리거나, 전화 통화가 어색하고 빨리 끊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죠. 그래서 전화 걸기를 두려워하는 증세를 말합니다. 이런 현상이 점차 심화되다 보니 이동전화 통화량은 점점 줄어들고 그 대신에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의 데이터량은 폭증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여론조사 응답없는 ‘2030 폰포비아族’ http://goo.gl/DEm8hq
관련 기사: "전화 걸기가 두렵다" O2O가 뜰 수밖에 없는 심리학 http://goo.gl/mFIHkN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밀레니얼 세대가 타인과 소통하지 않는 것 아니냐'라는 잘못된 편견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길 원한다는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휴대폰이 보급되면서 직접 만나는 것보다 통화하기를 선호했던 40대 세대의 과거 행동 패턴과 유사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그들이 타인을 직접 만나기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직접 대면하기보다는 통화로 소통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전화주문 방식이나 자동주문 ARS와 같은 음성 기반은 미래 고객인 20~ 30대의 세대에게는 적합한 주문 채널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화를 꺼리는 세대가 전화로 주문할 리는 만무하니까요.
셋째는 모바일 앱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경험이나 폰 포비아 증세 등의 문제는 스마트폰 모바일 앱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7년간 모바일 앱 시장이 성장해오는 동안 모바일 앱은 과거의 그 어떤 채널로도 경험하지 못한 탁월한 UX를 제공했습니다. 앞으로도 모바일 앱 UX는 사용자에게 큰 가치를 제공해 주겠죠. 그런데 모바일 앱 공급자인 커머스 사업자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모바일 앱 개발 비용과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 반해, 사용자들은 더 이상 새로운 앱을 설치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죠. 모바일 앱스토어를 보면 메신저, SNS, 금융, 쇼핑 등 상위 카테고리의 순서도 상위 100위에 들어가는 모바일 앱 순위도 몇 년째 요지부동입니다.
그것은 바로 클라이언트(Client) 설치 방식이라는 모바일 앱의 제약 사항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앱스토어 검색 → 다운로드 → 앱 설치'라는 번거로운 과정과 최소 몇 메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 사용료, 스마트폰 저장 메모리의 차지는 필수 앱이 아니면 사용 후 바로 삭제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발로 등장한 모바일 앱이 필수 앱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은 이제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메신저, SNS, 쇼핑, 금융 등 상위 카테고리 및 앱의 순위가 바뀌지 않는 고착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고 경쟁 사업자의 앱이 많을수록 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실행하게 만드는데 많은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홈쇼핑 업체들의 경우 올해 초까지 자체 모바일 앱 활성화를 위해 쿠폰과 적립금을 막대하게 쏟아 부었는데요. 고객 유인 정책을 없애자 고객들이 빠르게 이탈하는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관련 기사: 할인 쿠폰 줄였더니.. 홈쇼핑 모바일앱 떠나는 소비자 http://goo.gl/Dif7KL
이런 현상이 심화되다 보니 커머스 사업자들은 전화 주문 채널과 모바일 앱 주문 채널의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채널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흐름을 읽은 페이스북과 같은 메신저 사업자들은 메신저 기반의 챗봇 API를 커머스 사업자에게 제공하여, 대화형 커머스 서비스 채널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가 사용자에게 매우 친숙한 채널이라는 장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리고 이것을 ‘대화 방식’이라는 메신저의 특성을 따서 '대화형 커머'스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챗봇은 어떤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메신저의 채팅 친구는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챗봇은 이런 주위 친구가 아니라 가상의 대화 상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응답 규칙(Rule)에 따라 사용자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한 것입니다.
챗봇의 기술은 갑자기 등장한 혁신적인 기술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에 PC 기반의 메신저(MSN메신저, 네이트온)에서도 제공했던 기술이었죠. 이러한 API를 활용해서 증권 정보, 뉴스 정보 같은 서비스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대표적인 국내 서비스로는 메신저로 말을 걸면 자동으로 응답해주는 ISMAKER사의 ‘심심이’라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l MSN메신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심심이 서비스
하지만 당시에는 PC가 개인화된 디바이스도 아니고 접근성이 스마트폰에 비해 낮았던 측면이 있어 기업들이 마케팅이나 커머스 채널로써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PC 메신저가 로그인 기반의 서비스이다 보니 로그오프를 했을 때는 대화가 단절된다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죠.
그러나 현재의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는 항상 접속해 있는 상태가 유지되므로 챗봇을 비즈니스 마케팅 채널이나 커머스 채널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챗봇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실제 친구와 유사하게 기업에서 가상의 계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버와 대화를 하더라도 검색을 통해 기업 친구를 찾아야 하고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친구 이름(또는 아이디)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런 친구의 이름을 기업 계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카카오톡에서는 '플러스친구'나 '옐로아이디', 라인은 '공식 계정'이나 '라인@'과 같은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 계정과 채팅을 할 수 있도록, 봇 API나 자동응답 API, 또는 챗봇 API라는 명칭으로 대화용 API를 외부 사업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외부 사업자는 이러한 기업 계정과 챗봇API를 이용해서 고객 상담, 방송 참여, 주문 채널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카카오톡의 기업계정 ‘옐로아이디’ 사이트 https://yellowid.kakao.com
카카오톡의 자동응답 API 사이트 http://github.com/plusfriend/auto_reply
챗봇 API를 제공해주는 메신저 사업자의 서버는 기본적으로 Request-Response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사용자가 기업 계정과의 대화창에 특정한 메시지를 입력하면 메신저 사업자의 챗봇 API 서버는 해당 메시지에 적합한 응답을 해달라고 기업의 자동응답용 서버에 요청(Requset)을 보냅니다.
기업의 자동응답용 서버는 사용자가 보낸 메시지 규칙에 따라 서버에 규정된 메시지를 챗봇API 서버에 다시 응답(Response)하게 되는 것이죠. 이때 사용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메시지 타입(단순 텍스트, 이미지•영상•링크 URL 등이 결합된 멀티미디어 형식)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챗봇 방식으로 커머스 채널을 구현할 경우 대부분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데이터량이 작아 매우 빠른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채팅 방식으로 질문과 답을 받기 때문에 익숙한 UX가 반영된 서비스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챗봇이 아무리 익숙하고 쉬운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몇 가지 단점은 있는데요. 챗봇은 메신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API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API에서 제공해주는 규격 외에는 별도의 방식으로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자체적으로 모바일 앱을 구현할 때는 애플이나 구글과 같이 운영체제 사업자에서 제공하는 규격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철저히 메신저 사업자에게 종속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능의 범위뿐만 아니라 메시지의 템플릿의 활용 범위도 메신저 사업자가 정해 놓은 API 규격에 따라야 합니다. 또한, 메신저 API 서버에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측면도 이슈가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편에서는 챗봇을 이용해 만들어진 서비스의 사례와 LG CNS에서 구현한 채팅 기반의 주문 서비스인 ‘톡 주문’의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부상하는 비즈니스 마케팅 채널! 챗봇(Chatbot)' 연재 현황]
- [1편] 모바일 메신저 '챗봇(Chatbot)'이란 무엇일까?
- [2편] 챗봇을 활용한 서비스 사례
- [3편] 챗봇으로 만든 대화형 커머스 '톡 주문'
- [4편] 서비스 운영 경험으로 본 챗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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