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생 인터뷰) [중앙일보] 18살 대표, 21살 이사 ... 00년생 창업자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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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 :
- 2022.05.09 17:25|
- 조회수 :
- 782
중앙일보 기사 교육원 수료생 인터뷰
김동규(6기), 허성현(11기), 송진현(11기), 신지원(11기), 김민우(11기)
01년생 이사, 04년생 대표…“Why not?”
#1. 지난해 7월 창업한 휴에이아이는 공동창업자 3명 가운데 2명이 2001년생이다. 코믹한 증강현실(AR) 가면을 쓰고 만나는 랜덤 영상통화 앱 ‘키킼’을 운영한다. 인공지능(AI)으로 웃음을 측정해 대화 상대를 많이 웃길수록 높은 보상(앱 내 코인)을 준다. 심박수를 감지하는 초기 기술로 할 수 있는 70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검토했다. 초등학생 시력 지킴이, 원격 아기 컨디션 분석기, 생체신호 기반 감정 분석 등에 도전하다 더 큰 시장을 찾아 피봇했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이자 개발자인 김동규(21) 이사는 중학교 때부터 창업을 결심했다. 스스로를 ‘창업 중독자’로 부른다. “주체적으로 낸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남들이 시킨 것만 개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대학도 창업에 도움될 전공 아니면 안 간다는 마음으로 골랐다. 그는 경희대에서 산업경영공학과 소프트웨어융합학을 복수 전공한다.
김 이사는 “대학에서 1~2년 걸려 배울 내용을, 창업하면 1~2주 만에 해야 한다”며 “(창업은) 일찍 경제적 자유를 얻는 건 물론이고 공부나 취업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창업할 것”이란 그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수년째 ‘Why not?’(왜 도전하지 않나)이다.
(왼쪽부터) 베가스페이스 허성현 대표 겸 CTO, 최현우 베가추진연구소 소장, 양서연 엔지니어가 새로 개발한 엔진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베가스페이스
#2. 재사용 가능한 모듈형 초소형 로켓을 개발하는 베가스페이스는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등 제주도 국제학교 재학생들로 이뤄진 팀이다. 고등학생 팀원들이 로켓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하고 회사 운영도 직접 한다. 제주 본사 주변 회사들을 돌며 초기 투자금 500만~700만원을 유치했다. 창업 19개월 차인 이 회사는 고도 1~2㎞에 도달할 수 있는 고체 로켓을 만들었다.
허성현(18) 베가스페이스 대표는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국내 항공 우주 스타트업인 페리지항공우주와 이노스페이스의 활약을 보면서 로켓으로 사람도 물건도 실어나르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느꼈다”며 “고등학생이란 이유로 이 타이밍을 놓치면 억울할 것 같아 곧장 창업했다”고 말했다. 현재 고3인 그는 입시와 창업을 병행 중이다. 대학 진학 후 창업에 전념해 민간 우주 운송 사업을 선도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베가스페이스의 초기 테스트 로켓 고정 발사 장면. 사진 베가스페이스
거래친화적 인간의 탄생
00년대생 창업자들이 90년대생 창업자 뒤를 부지런히 쫓고 있다. 이들은 “창업은 기회”라 배우며 자랐고, 제 몸처럼 모바일 플랫폼을 써온 세대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5회는 일찍이 호모 메르카투스(mercātus, 거래·시장을 뜻하는 라틴어), 즉 ‘거래하는 인간’으로 진화한 00년대생 예비 창업자를 살펴본다.
90년대생이 디지털 네이티브라면, 00년대생은 플랫폼 네이티브다. 네이버가 국내 1위 검색포털을 꿰찰 무렵 태어나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폰과 유튜브, 카카오톡을 썼다. 플랫폼이 창출하는 ‘연결’의 가치를 체화한 세대다. 매일 접속하는 SNS나 모바일 게임을 통해 일찌감치 광고와 보상의 관계를 깨쳤다. 당근마켓에서 의류나 문구류를 거래하고 SNS 마켓에서 글·그림·꾸미기 재능을 사고파는 것에도 익숙하다.
00년대생이 자주 접하는 페이스북 메신저, 틱톡 광고, 당근마켓 ‘랜봉(판매자가 알아서 물건을 골라 넣는 랜덤봉투)’ 거래 현장. 사진 각 사 캡처
00년대생들은 직장에 대한 생각도 이전 세대와 다르다. 직장에 묶이지 않아도 유튜브나 온라인 클래스로 손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개성과 능력을 팔아 돈 벌 수 있는 플랫폼이 많기 때문이다. 웹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뒤 창업할 생각이라는 전남 무주고 3학년 송진현(18) 학생은 “요즘은 앱 개발 프로그램도 많아서 ‘이런 앱 하나 만들어볼까’ 하는 친구들이 많고, 나도 고1 때 학교 과제로 비트코인 관련 앱을 만든 적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 경험도 남다르다.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만 19세 투자자들이 예치한 원화는 4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10개 증권사 신규 미성년자 계좌 수는 48만개를 넘겼다. 2015~2019년 개설된 전체 미성년자 계좌(32만건)를 크게 웃돈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주식계좌를 보유한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이전 세대보다 자산 투자에 일찍 눈뜰 수 있는 환경이다. 한 IT기업 임원 김모씨는 “2009년생 아들이 유튜브로 로블록스 상장 소식을 보더니 ‘나도 세뱃돈 투자할 수 있냐’기에 10~20주를 사줬다”며 “벌써 1년 넘게 주가 흐름을 지켜 보더니 투자의 재미와 쓴맛을 모두 느꼈다더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높아진 창업자·개발자 인기
스타트업이 만들어 성공한 서비스들을 어려서부터 써봤기 때문일까. 00년대생들에게 창업의 인기는 높아지는 추세다. 교육부의 지난해 청소년 희망직업 순위에 따르면 ‘경영자(CEO)’는 중학생 10위, 고등학생 9위로 10위권에 안착했다. ‘개발자’는 중학생 8위, 고등학생 4위로 전년보다 3계단씩 올랐다.
대학의 창업 지원도 늘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창업 관련 학과 및 전공이 설치된 대학은 2015년 40개에서 2020년 78개로, 학생 창업을 지원하는 전담 교직원은 401명에서 507명으로 늘었다.
포스텍 영재기업인교육원 6기 학생들이 포항공대 포스코 국제관에서 ‘사업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포스텍
예비 창업자 전문 육성 기관도 활성화되고 있다. 포스텍과 KAIST는 매년 중학생들을 선발해 2년간 교육하는 영재기업인교육원을 운영한다. 정보기술(IT)은 물론이고 기업가 정신, 고객 분석, 비즈니스 모델링 등을 배워 실제 모의창업, 모의투자까지 해보는 과정이다. 포스텍 영재기업인교육원은 올해로 717명의 예비 창업자를 배출했다.
이들에게 창업이란 뭘까. 이 교육원 11기인 신지원(18) 학생은 팩플팀에 “창업은 세상에 말하고 싶은 걸 말하고, 바꾸고 싶은 걸 바꿀 수 있는 것”으로, 김민우(17) 학생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효율성 좋은 활동이 창업”이라고 정의했다. 두 사람은 대학 진학 후 창업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00년대생 청소년 희망직업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9년간 예비 창업자를 연구한 유현실 단국대 상담학과 교수는 “요즘 창업 지망생들은 중·고교 때부터 코딩, 디자인, 경영,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 창업에 필요한 스킬을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한다”며 “유럽·중동의 레퍼런스를 척척 찾아 적용하는 등 국경 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시장의 문제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또 “이들과 대화해보면 10대 후반~20대 초반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력 10년 이상 사업가 같은 깊이가 느껴질 때도 많다”고 했다.
K팝 아이돌 다음은 창업자?
최근 미디어에서 IT·스타트업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점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다. 지난 3년새 방송가엔 수지·남주혁 주연 〈스타트업〉, 임수정·장기용 주연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 IT업계를 조명한 드라마가 잇따라 나왔다. 김혜수·전지현 등 톱스타가 스타트업 광고 모델로 등장하고, ‘타다금지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도 화제가 됐다. 개발자나 게임업계를 소재로 한 웹툰·웹소설도 많아졌다.\
IT·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와 ‘스타트업(2020)’. 사진 tv
가수 오디션을 잇는 서바이벌 예능식 ‘창업 오디션’도 부상했다. 지난해 SBS는 SK 최태원 회장,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등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아이디어리그’를 편성했다. 비슷한 시기 90년대생이 만든 스타트업 전문 유튜브 채널 EO도 창업 오디션 ‘유니콘하우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82년생 이승건 대표가 이끄는 토스도 5일 스타트업 서바이벌 ‘토스 파운드’를 공개한다. 그만큼 스타트업의 세계를 간접 체험할 기회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코딩 가르치고, 창업 권하는 부모
전문가들은 ‘부모들의 인식 변화’도 예비 창업자를 키우는 한 동력으로 분석한다. 네이버·카카오에 이어 배달의민족·쿠팡·마켓컬리·토스 등 유니콘 기업들이 경제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코로나19 이후 개발자 몸값이 치솟으며 이런 흐름이 굳어졌다. 과거 전통 대기업 오너 중심이던 포브스 선정 한국 50대 부자 명단에도 IT 혁신기업 창업가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올해 이 명단 1위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였고, 스마일게이트 권혁빈(5위), 두나무 송치형(9위), 쿠팡 김범석(14위), 토스 이승건(36위) 등이 순위 안에 들었다.
강남·판교 등에서 코딩학원을 운영하는 송영광 디랩 대표는 “예전엔 IT기업 다니는 부모들이 애한테 코딩 가르치겠다고 찾아왔는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성공하려면 코딩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며 다양한 학부모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 오디션 ‘유니콘하우스’ 본선에 진출했던 김재익(13) 웜미들컴퍼니 대표. 웜미들컴퍼니는 스낵용 소스 ‘핫첩’을 판매하는 가족 회사다. 사진 EO 유튜브
벤처캐피털 소풍벤처스의 최경희 파트너는 “직장이 노후나 행복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요즘 부모들은 자녀의 창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며 “위험한 선택이 아닌 해볼 만한 도전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최 파트너는 유니콘하우스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본선에 진출했던 ‘초등학생 대표님(현재는 중학교 1학년)’ 김재식(13) 웜미들컴퍼니 대표에게 엔젤투자를 했다.
유현실 교수는 “00년대생의 부모인 X세대나 밀레니얼 세대는 아이의 선택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개방적인 성향”이라며 “기업가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위험감수)인데, 어릴 적 부모의 지지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키운 이들일수록 이 역량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출처: [중앙일보] 18살 대표, 21살 이사 ... 00년생 창업자도 온다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8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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