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생 후기

서울에서 꾸게된 짧은 꿈

2014 PCEO Festival|
3기|
오승은|
작성일 :
2014.11.08 20:01

오프라인 교육을 받기위해 포항으로 내려갈때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지쳐 터덜터덜 기숙사 21동으로 향할때마다, 최종 발표날 걱정되는 마음으로 78계단을 하나씩 오를때마다 같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라는 생각.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온 것만 같은 그 기분이 캠프내내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래서 항상 캠프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를때면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와야한다는 생각때문에 내 스스로 약간의 충격을 받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내가 꿈 속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들은 모두 '사람'이었다. 처음 캠프에 갔을때는 서로서로 조금씩 알아가는 그 행복감에 젖어들었고, 마지막 캠프를 할때즈음에는 이제 말하지 않아도 모든것을 이해해주는 서로에 행복했던 것 같다. 항상 친구처럼, 선생님처럼 도와주는 조교 언니, 오빠들도 반가웠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반가웠다. 캠프에 있는 내내 학생들을 믿고, 항상 웃는 얼굴로 반겨주시는 교육원 선생님들도 계셨다. 학교에선 절대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을 수업해주시고, 발표를 할때는 날카로운 말로 신경을 곤두서게 하시지만 그 속에 애정이 있다는 걸 안 후로는 그 날카로운 지적들마저도 감사했던 선생님들도 계셨다. 그래서 아무리 프로젝트가 힘들어도 나를 지탱해줄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PCEO Festival은 그 행복을 짧게나마 느낄 수 있던 행사였다. 이제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신분이라, 그 어느때보다도 쉼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꿈을 꿀 수 있었던 것 같다. 페스티벌이 열리던 그 주에, 발표연습을 하면서 몸이 으슬으슬해지는걸 느꼈다. 그냥 날씨가 추워져서 추위를 타나보다 하면서 그냥 넘겼는데, 하필이면 토요일날 아침에 열이 올랐다.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지만 링거까지 맞다보니 페스티벌에 도착해야하는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뒤였다. 그렇게 병원을 나서고, 걱정하는 엄마를 뒤로하고 난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2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야했지만, 정신도 제대로 차려지지 않는 아픈 몸이었지만 확실했던건 집에서 누워 페스티벌에 못간걸 후회하는 대신 짧게나마 페스티벌에서 행복하게 보내다 오는게 정신건강에는 좋을거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찾아간 페스티벌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지만 정말 모든 사람들이 반가웠다. 한시간이 그렇게 훌쩍 지나갈줄은 나도 몰랐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둘째날에는 WAW발표로 아침을 맞았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끊임없이 발표할 내용들을 중얼거리며 서울로 향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사람은 없었지만, 발표 공포증으로 아무말도 못하던 예전과는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련한 마음으로 참여했던 다음 프로그램도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어떤 것들을 조금씩 이루어나가며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페스티벌이 모두 끝난뒤 출발하면 학교에 도착하는게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계속 그곳에 남아있고 싶었다. 꿈에서 깨지 않고싶다는 마지막 반항이었던 것 같다. 결국 학교에는 가까스로 지각을 면했지만, 괜히 그랬다는 생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내년에는 고등학교 3학년이라 수시에 합격하지 않는 이상, 내가 이 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이 행사에서 나처럼 행복을 느낄 다른사람들을 위해, 정성스레 후기를 작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