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생 후기

포-카의 가을사연

2014 PO-KA 연합|
5기|
황희수|
작성일 :
2014.09.23 20:17

뜨거웠던 여름도 늙어 지쳤는지 살랑거리는 가을바람이 길거리를 매우고 있었다. 우린 마냥 높아진 파란 하늘을 등 뒤에 짊어지고 어색한 걸음으로 하나둘씩 걸음을 옮겨 낯선 건물 냄새에 멋쩍은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캠프”하면 늘 캠프파이어가 있고 단합대회가 있고 하는 캠프를 나름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우주소년단 캠프에서 모두들 텐트 속에서 쪼그려 앉아 로봇공부를 하던 때가 떠오르기도 해 수많은 상상을 했었다. 그렇게 교육원에 온 후 ‘연합캠프’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던 내겐 완벽히 탈바꿈된 새로운 형태의 캠프를 바라보면 ‘낯설음’에서 동기들을 바라보는 ‘반가움’과 ‘애틋함’도 함께 다가왔다. 모두들 카이스트가 먼저냐 포스텍이 먼저냐 은근히 신경전이 있었지만 우리에겐 너그러움도 배어있어서인지 하나로 동화됨에 어렵지 않았다. 수업은 첫날부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 인터넷 등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었고, 각조별로 광고 동영상 제작 혹은 팀 밴드 연습을 새벽 2시까지 진행하면서는 나는 누구, 내가 여기에 왜 있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하얗게 해우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치닫아 달리면서는 그 마음들도 수그러들고 음악 공연 프로그램을 보면서 “캠프”라는 익숙한 단어에 다른 형식을 갖는 캠프이며 시간을 달리 살아가는 많은 또래의 청소년들을 보며 나를 되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권영찬 대표의 웃음 예찬론을 들으면서는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기운을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론 동기들의 반가운 얼굴을 보며 내가 카이스트가 아니라 포스텍 영재기업인교육원에 들어온 것이 무척이나 다행이며 행운이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미래를 열어가는 문에 한 발짝 걸음마를 떼며 순간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수고로움이 있음에 장난기가 사라져가는 나를 보게 되기도 한다. 비록 우리 동기들 모두 다 같이 한자리에 있진 못했지만 그들의 소중함과 겨울의 오프라인을 은근히 기다려지는 마음도 되살아난다. 이번 캠프 덕분에 나는 열감기로 무척이나 고생했지만 분명히 기억하는 건 그들의 뜨거웠던 청명한 가을날의 연기가 푸른 하늘을 향해 치닫고 있었음을 느낀다. 그리고 동기들이 같이 있었기에 다행인 캠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