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영재기업인교육원 > 교육 소개 > 교육생 후기

교육생 후기

PCEO란 나에게... ...

사업기본과정 4D 오프라인교육|
12기|
임유현|
작성일 :
2022.08.06 17:46

4D 오프라인 교육이 끝났다. 2년간의 여정이 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글은 내가 PCEO 에 지원해서, 지금까지 교육받는 동안의 느낌을 정리하는 글이 되겠다.

 

사실, 처음에 PCEO 에 지원할 때는 이곳이 어떤 곳이지도 잘 모르고 지원했다. 그냥 포항에 사니까, 근처 포스텍에서 뭔가 영재 교육원을 한다더라. 해서 지원을 하게 되었다. 지원서를 쓰면서도 긴가민가했다. 그때. 나의 꿈은 기계 공학자였기 때문이다. '여기는 나중에 경영인들이 될 사람들이 오는 것이 아닐까?' '나와는 맞지 않는 곳인 것 같은데?' 하는 의문을 많이 가졌다. 교육원 입장에서도 굳이 나를 가르친다면 손해가 아닐까, 경영인이 되고 싶어하는 다른 친구들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내 입장에서도 차라리 그 시간에 물리 공부를 더 하는 것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했다.

 

막상 지원서를 접수하고, 면접을 보니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어떻게든 합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원 선배 분들 중 정말 대단한 분이 많아서 두렵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들과 같이 배워 보고 싶었다.

매일같이 교육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홈페이지에 있는 게시물이란 게시물은 보이는 대로 읽었다. 메뉴 맨 왼쪽의 'PCEO' 칸을 클릭해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 칸에 접속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면접을 보고 난 후에는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명 중 1명은 탈락해야 하는 면접에서, 나의 장점들만은 쏙 빼놓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갑자기 들어오는 질문에 대답을 못 하고, 여러 번 되묻고는 한다.

 

어쨌든 합격은 했다. 합격하고 나서 한 번 더 울었다. 진짜 2달 동안 내내 합격하기만을 빌었는데, 원하는 바를 드디어 이뤘기 때문이다. 내가 살면서 그렇게 행복했던 적이 몇 번 없었다. 교육원에 대한 나의 애정이 그때부터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 12기는 코로나 때문에 1D 집중교육을 온라인으로 했다. 그때 배웠던 내용이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다. 물론 배운 내용은 간단했다. '스타트업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고객을 이해하자' 이 정도였다. 그러나, 내가 SCAMPER 기법을 배운다고 바로 발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듯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가치 지도를 작성하고, 피드백을 받고, 다시 작성하고, 피드백을 받고. 이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물론, 나는 교육원의 거의 모든 교육과 수행 과제를 재미있게 했다. 1D 온라인 때는 별 생각 없이 교육원의 과제를 했다. 1D 온라인의 핵심은 '나를 찾는 여행' 이었다. 그때 '여러분이 바꿀 세상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교육원의 캐치프레이즈는 '꿈을 찾아 드립니다, 꿈을 이뤄 드립니다' 이다. 물론, 처음에 나는 그 말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다. 과학자로서의 내 꿈이 무척 확고하고, 앞으로도 바뀔 일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제를 하면서 내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작은 것만을 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이 선택의 결과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늘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2D 집중교육도 온라인으로 했다. 이때는 1D 때와 완전히 내용을 배워서 역시 어려워했다. 노력했지만, 잘 안 되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때 팀원들과 너무 잘 지내서 괜찮았다. 서로 장난도 많이 쳤는데, 너무 많이 놀아서 결과물이 잘 안 나왔다는 생각도 든다.

 

2D 온라인에서는 '고객 살펴보기' 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고객을 살펴보면서 고객들의 불편함을 관찰하고, 이를 편지로 써서 본사에 건의하는 과제였다. 어떤 선배는 아웃백의 고객들을 살펴보고 건의를 했는데,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본사에서 감사의 의미로 아웃백 상품권을 보내 주었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농협 쌀을 받은 선배도 있다고 한다.

나는 배스킨라빈스에 가서 민초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2시간 동안 고객을 살펴보았다. 고객이 정말 많았는데, 그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메모했다. 굉장히 재미있던 과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배스킨라빈스 본사에서는 내 편지를 읽어보지도 않고 반송했다. '고객센터 담당자님' 이라는 수취인이 불명확하다는 이유였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화가 났고, 앞으로는 절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지키지는 못했다.

 

3D 집중교육 역시도 온라인이었다. 이때는 2D 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하여 배웠기 때문에 크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을 때, 사업기회점수가 형편없이 낮아 낙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조교님께서 반드시 사업기회점수가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보지 못하는 곳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말을 안 듣고 설문조사를 한 번 더 했고, 결과 또한 안 좋았다.

벌써 3번째 프로젝트이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3D 집중교육 프로젝트 결과물은 별로 사업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3D 온라인 교육이 시작되면서, 벌써 PCEO 교육생으로의 시간이 절반 이상 지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과제의 수준도 굉장히 높아졌다. 매 과제를 할 때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하나씩 만들어 내야 했다. 또한, '특허 청구항 작성' 같은 과제들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난해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어려운 과제들도 하다 보니 점차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과제를 하는 요령도 어느 정도 생겨, 학원 숙제가 많아도 과제를 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었고, 모듈교육까지 참여하는 여유를 부렸다.

 

마지막으로, 4D 오프라인 얘기를 해야겠다. 마지막 집중교육인 만큼, 교육원에서 오프라인으로 준비해 주셨고,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다. 4D 오프라인은 독특한 것이, '초기창업자' 들이 면접을 봐서 '공동창업자' 들을 뽑고, 이들이 합쳐져 팀이 된다는 것이다. 팁을 하나 주자면, 사업아이템을 소개하는 발표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뛰어난 친구들이 그 초기창업자의 기업에 지원하기 때문이다. 우리 팀에도 뛰어난 친구들이 정말 많이 지원해 주었는데, 다들 너무나도 열심히 해 주어서 좋았다. 4D 오프라인의 결과물 발표는, 실제로 스타트업을 세워 투자를 받는다는 가정 하에 진행한다. 따라서 시장 규모나 수익 모델 등이 매우 치밀하게 준비가 되어야 한다. 시제품 제작 또한 했는데, 팀원들이 시제품 사용 영상까지 찍어 줘서, 발표할 때 이를 잘 사용했다. 팀원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 수는 없지만, 만약 우리 7팀 규장각 친구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너무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프라인 캠프를 재미있게 즐기려면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것이 좋다. 한 회의실에 6팀이 있기 때문에, 다른 팀들을 구경하러 가기에 매우 좋다. 의자를 끌고 가서 "여기 뭐해?" 라고 말을 시작하면 대부분 친해지고, 재미있게 놀 수 있다. 다만, 까칠한 친구들은 프로젝트 내용을 보여줄 수 없다며 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너무 상처 받지는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중회의실의 의자는 바퀴가 달려 있고, 매우 잘 굴러간다. 친구들과 의자 레이싱을 하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으니 한 번 해 봐도 좋다. 처음에는 의자를 굴리기 어렵지만, 사흘 정도 연습하면 마치 카트라이더를 하듯이 탈 수 있다. 나 또한 의자를 굉장히 잘 타는 편이었다. 책상이나 다른 친구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오프라인 캠프는 무척 재미있다. 끝나고 집에 갈 때면, 해리가 호그와트에서 삼촌네 집으로 갈 때와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한 학기만 있으면 PCEO 교육생으로서의 삶도 끝난다. 다만, 전문과정이 있으니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남은 4D 온라인 학기의 과제도 재미있게 마무리하고 싶다. 수료식 때 친구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수료식도 미니캠프처럼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