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업] 성공할 때까지 계속 실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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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 :
- 2013.12.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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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0
"창조경제 활성화하려면…" 두 벤처 大家의 충고
전통과 싸우는 칼라닉
파일공유社 만들자 방송·영화사와 충돌
이후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업체 만들어
택시 업체·규제 당국과 부딪쳐…
"난 도시의 비효율성 걷어내고 싶다"
벤처 대학 만든 드레이퍼
"한국 창업가, 영어 말하고 '공유정신' 길러야
기업가 존중하는 '영웅 문화'도 필요"
구글 투자받은 트레비스 칼라닉 美우버社 CEO
18살 땐 한국인과 보습학원 창업… “규제는 기회” 역발상
#1 7월 31일 서울
세계적인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회사인 우버(Uber)의 트레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 CEO의 스마트폰이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인터뷰는 예정 시각보다 40분가량 지나 시작됐다.
"사실,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어요. 하필 서울 서비스를 막 시작하는 이 시점에 수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이 진행 중이라니요! 투자 받으면 무엇을 할 예정이냐고요? 전 세계 100개 도시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잠 한숨 못 잤다는 목소리치고는 굵고 카랑카랑했다.
#2 10월 21일 샌프란시스코
칼라닉 사장과의 두 번째 인터뷰. 알고 보니 석 달 전의 대규모 투자자는 구글이었다. 그는 이번엔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다.
"(뉴스가 많이 나와서인지)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사인해 달라는 경우도 있었어요."
지난 8월 또 하나의 실리콘밸리발(發) 뉴스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흔들어 놓았다. 구글의 벤처 투자 전문회사인 구글벤처스와 사모펀드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우버에 2억58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이 회사는 아마존의 제포 베조스 회장으로부터도 투자를 받은 적이 있다.
흔해 빠진 콜택시 회사 같기도 한데, 왜 구글과 아마존 같은 회사가 눈독을 들이는 것일까?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우버 사옥까지 가기 위해 우버 차량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에서 우버 앱을 연결해 내 위치를 입력하자마자 주변에 있는 운전기사 사진이 떴다. 중동계 남자로 보였다. 사진 옆에 평점을 보니 5점 만점에 4.8점이었다. 선택하니 곧바로 문자가 왔다. "Hyunjung님, Sarfraz 기사님이 6분 이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다음 날 샌프란시스코 하워드 거리에 위치한 고층 빌딩. 5층에 있는 우버 사무실은 도떼기시장 같았다. 직원이 갑자기 늘어나는 바람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10월엔 신입직원 70명이 들어왔다고 한다. 사무실 입구에는 다양한 인종의 중년 남성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우버 운전기사로 등록하려는 사람들이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직원이 아이패드를 보며 접수를 하고 있었다.
우버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공유 경제의 첨병'에서부터 '교통업계의 악동', '불법 택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60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인 이 회사는 늘 택시업계, 규제 당국과 전쟁을 벌여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버의 서울 진출과 관련해 서울 택시 4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우버는 택시 유사 영업"이라며 "당국이 방관할 경우 생존권 수호를 위해 강력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기자와 동갑인 칼라닉 사장은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택시업계는 허가권을 바탕으로 보호받고 살았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택시 산업의 발전은 없었습니다. 정작 택시 운전사의 수입은 낮습니다. 손님을 찾지 못해 텅텅 빈 택시를 몰고 다니는 것은 또 얼마나 비효율적입니까. 택시 업주는 우버를 싫어하지만, 운전기사와 승객들은 우리를 좋아합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아요. 운전기사와 승객들에게 더 편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원칙만 지키면 그들이 알아서 우리를 위해 싸워줘요. 그들이 좋아하면 규제에서도 승리하게 되죠. 택시 업계의 반발은 프랑스 요리하는 업체가 이탈리아 식당은 들어오지 말라는 격입니다."
그는 우버가 택시 영업과 다르다는 이유로 택시를 전혀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든다. 운전기사와 승객을 중개해 줄 뿐이란 것이다. 기사들은 여러 대의 차량을 보유한 차주이거나, 개인 프리랜서들이다. 전직 택시기사도 있다. 우버는 시간과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요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또 기사들을 평가해 평점을 매기며, 평점이 낮으면 퇴출시킨다. 처음에 고급 리무진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는 지금은 SUV나 소형 차량으로도 대상을 확대했다.
어떤 점에서는 우리나라의 '나라시(일반 승용차로 택시 영업을 하는 행위)'나 '콜뛰기(유흥업소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불법 택시)'와 비슷한 점도 있다. 불법과 혁신의 경계에 서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버는 택시가 아니라 오랜 기간 시장 구조를 지배해 온 전통 체계와 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칼라닉 사장은 "나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구는 쓰레기를 치우지만, 나는 도시의 비효율성을 걷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칼라닉 사장의 규제와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버는 그에게 네 번째의 창업이었는데, 그가 두 번째 창업한 기업은 규제와의 싸움에 져서 파산한다.
1998년 그는 22세의 나이에 음악 파일 공유업체 '냅스터'와 경쟁하는 P2P(다자 간 파일 공유) 업체를 차렸는데, 2000년 여름 29개 방송국과 영화사들이 2500억달러(약 26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방송국과 영화사들에 100만달러를 배상하고, 회사를 접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세 번째 창업에 나선다. 그것도 자신을 소송해 망하게 한 바로 그 회사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여서 말이다. 방송국, 영화사들이 합법적으로 자료를 공유하게 도와주는 회사를 차린 것이다. 그 회사는 잘 나갔고, 그는 150만달러를 들여 창업한 회사를 2300만달러에 팔았다. 그리고 그 돈을 바탕으로 우버를 창업해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에선 한 번 파산한 기업가가 재기하기 어렵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모래주머니를 안 찬 사람에게 모래주머니를 차면 어떠냐고 묻는 말과 같아요.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는 게 중요했지 (외부 여건이) 재기를 못하게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보통 운동선수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할 때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곤 한다. 트레비스 사장은 재기하는 데 자신의 발목을 잡은 장애물이 없었다는 뜻으로 모래주머니를 이야기한 것이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사장을 두 차례 인터뷰하면서 느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그의 성공을 낳았고, 나아가 미국 벤처 생태계의 토대가 됐을 것이란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둘째, 혁신가에겐 규제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규제를 핑계 삼지만 말이다.
칼라닉 사장은 18살 때 생애 첫 창업을 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 살던 그는 수학능력시험(SAT)을 앞둔 동네 후배에게 수학을 가르쳤는데, 그 학생의 SAT 점수가 400점(당시 만점은 1600점이었다) 이상 오른 것이 계기였다. 너도나도 SAT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그는 결국 보습 학원을 차렸다.(사업을 제안해 공동 창업한 사람은 한국인이었다.)
그는 UCLA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고 중퇴했다. 재학 시절 단행했던 두 번째 창업의 실패 후유증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세 번째 창업에 성공해 회사를 비싼 값에 매각한 것이 그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는 "성공하기 전엔 새로운 일에 뛰어들 때 왠지 모를 장벽을 계속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일단 성공한 뒤론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투자받기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규제와의 전쟁
며칠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보니 우버가 마치 택시처럼 이용되고 있었다. 우버의 경쟁 업체인 집카, 사이드카, 리프트 등 다른 차량 공유 업체들도 성황이었다. 칼라닉 사장은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올 초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한 덕"이라고 말했다.
"공공시설위원회가 택시의 대안을 인정했고 경쟁을 촉진했어요. 위원회의 그 결정이 없었다면, 택시와 직접 경쟁하는 '우버엑스(저가형 우버 서비스)'도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우버를 통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점을 이해했기에 그런 결정을 한 겁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원래 우버 서비스에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시 당국은 택시 사업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정지 명령(cease and desist order)'을 내리기도 했다. 우버는 회사 명칭을 당초의 '우버캡(ubercab)'에서 '택시'를 뜻하는 '캡'을 뺀 '우버'로 바꾼 뒤 영업을 계속했고, 결국 시 당국이 뒤에 영업을 허용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워싱턴DC의 분위기는 여전히 살벌하다. 우버가 골머리를 앓는 곳 중 하나다. 미국 워싱턴DC 택시위원회는 우버가 시간, 거리 병산제로 요금을 산정하는 것이 규정을 어겼다고 지적한다. 지난 8월 이 위원회는 택시와 경쟁하는 '우버엑스'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했다.
한국에도 콜택시 서비스가 있다. 우버와 콜택시는 비슷한 서비스 아닐까? 기자의 이런 의문에 칼라닉 사장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우선, 우버는 중간 역할을 하는 콜센터 직원이 없습니다. 운전기사와 승객이 앱을 통해 직접 만납니다. 또 우버의 경우 손님이 스마트폰 앱의 지도를 보면서 운전기사의 위치를 알 수 있어요. 효율성의 차이입니다."
우버는 운전기사용 앱을 통해서는 고객 수요를 예측하는 정보를 별도로 전달한다. 고객이 많이 몰릴 시간과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 주는 것이다. 운행 데이터가 쌓일수록 우버의 고객 수요 예측 결과도 정확해지고 있다.
우버는 수학 회사?
그는 "사실 우버는 수학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핵 물리학자, 데이터 과학자, 통계학자가 함께 일하고 있어요. 우리의 목표는 5분 안에 배차하는 것입니다. 교통 체증이 극심한 대도시에서 5분 배차는 어려운 도전입니다. 실시간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하는 알고리즘 없이는 불가능하지요."
우버의 도발적인 실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버는 '실시간 할증 요금제'를 출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수요가 몰리면 그만큼 가격이 뛰도록 한 것이다. 가령 12월 25일, 12월 31일 등 성수기에는 우버 요금이 6배까지 치솟기도 한다.
―서울은 택시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우버가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뉴욕에 진출할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택시 요금도 싸고 어디서나 쉽게 탑승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 뉴욕은 우버가 가장 성행하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맥도날드 햄버거도 맛있지만, 매일 먹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날은 외식도 해야 지요. 데이트할 때,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 있을 때 기사 딸린 리무진급 차량을 이용하기 마련입니다."
서울에서 우버 서비스는 리무진 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데, 이용 요금은 일반 택시의 1.5~2배 수준이다. 예를 들어 강남역에서 여의도까지 약 3만1000원, 가로수길에서 이태원까지 1만6000원가량 요금이 나올 것으로 우버 앱에 떴다.
구글과의 만남
최근 구글이 우버에 투자한 것을 두고 실리콘밸리에선 여러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 무인자동차를 개발 중인 구글이 우버와 손잡고 '로보 택시(Robo Taxis, 무인 자동차를 이용한 택시 서비스)' 사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 자동차를 우버가 구매해 서비스에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왜 구글로부터 투자를 받았나요?
"구글은 정말 매력적인 투자자입니다. 구글 맵부터 안드로이드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수십억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구글 제품과 우버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구글의 전 세계 확장 전략도 배울 수 있겠지요. "
'구글은 왜 우버에 투자했을까'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며칠 뒤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벤처스를 찾아가 데이비드 크레인 파트너를 났다. 우버에의 투자를 주도한 사람이다. 그는 구글벤처스 사상 최대 투자의 막전막후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우버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2년 이상 됐어요. 직장 동료부터 아내까지 우버를 애용해 눈여겨봤어요. 올여름 테드(TED) 콘퍼런스의 뒤풀이에서 지인의 소개로 그를 만났고 일사천리로 투자가 진행됐습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우버 투자에 대해 모두 찬성했어요. 올 초까지만 해도 우버는 20여개 도시에 진출했는데 지금은 50개가 넘는 도시에 진출했잖아요. 구글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구글벤처스도 우버의 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합니다. "
그는 구글의 무인 자동차 개발과 관련해 우버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선 "제발 날 믿어요. (최근 투자한 건) 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자일 뿐이에요. 무인 자동차는 여전히 R&D(연구·개발) 단계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美 벤처캐피털 'DFJ' 창업자 드레이퍼
4代째 벤처투자… “베이징이 제2 실리콘밸리 후보”
지난해 5월, 미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의 하나인 DFJ의 창업자 겸 대표인 티모시 드레이퍼(Timothy C. Draper)씨가 캘리포니아 산마테오에 위치한 80년 역사의 호텔 하나를 자비로 사들였다. 그러고는 '드레이퍼 대학'이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그는 '핫메일' '스카이프' '오버추어' '바이두' 등에 투자했고, 2006년 미국 벤처캐피털 전문매체 VCJ는 그를 최고의 벤처 투자가로 꼽으면서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드레이퍼 대학은 그의 28년 벤처 투자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창업 전문 기숙학교. 창업을 꿈꾸는 18~28세 젊은이들을 모아 학기제로 강의한다. 지금까지 총 3기, 기수당 45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저는 항상 학교를 열고 싶었어요. 평생 기업을 운영하면서 깨닫고 배운 것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많은 사람은 기업가는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타고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는 "특별한 것을 하려면 새로운 영웅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가르치는 것은 영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산마테오 도심의 호젓한 길가에 자리 잡은 드레이퍼 대학을 찾았을 때 4기 교육이 한창이었다.
―스탠퍼드 같은 대학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보통 대학은 경영의 역사를 가르치지요. 스티브 잡스가 무엇을 했는지, 엘런 머스크(테슬러 창업자)가 어떻게 회사를 키웠는지요. 여기선 미래를 가르칩니다. 예측 분석, 공상 과학 소설, IT 마케팅을 가르치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돌리지요. 그런 다음 창업 아이템을 만들어 벤처캐피털 리스트 앞에서 2분간 발표하게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헛된 환상'만 심어주는 건 아닐까요.
"노노(No No). 성공은 예약돼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패하게 돼 있지요. 성공할 때까지 계속 실패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기꺼이 도전하고 성공할 때까지 기꺼이 실패를 계속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선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합니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모토로 내걸었지만,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게임이 모두 한국에서 나오지 않았나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한국의 우수한 기술이 한국에서만 쓰인다는 점입니다. 영어는 한마디로 '머니 랭기지(money language·돈이 되는 언어)'인데 한국 기업가 중에선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가능하면 중국어도 배우면 좋겠어요.
글로벌화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미국인도 글로벌화를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스페인어를 배워야 합니다. 중국의 샨다가 한국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베껴 게임 업체를 만들지 않았나요? 중국 게임 시장 규모가 70억 달러입니다. 한국이라고 해봐야 인구가 겨우 4000만~5000만명 정도이잖아요."
―한국 창업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실리콘밸리의 긴 역사를 보십시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가들이 자신의 비즈니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를 도와서 시너지를 일으켜요. 실리콘밸리에는 '비트코인(가상 화폐)'을 만든 엔지니어도 있고, 동영상 서비스를 만든 창업가도 있고, 3D 프린터(물건을 찍어내는 프린터)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동영상 서비스를 만든 창업가가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고 비트코인 업체가 3D 프린터로 출력한 물건을 사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킵니다. 이것은 강력한 네트워크입니다. 한국 창업가들은 자기 것에 대한 소유 의식(ownership)이 강해요. 자기 것을 가치 있게 만들려면 더 나눠야 해요."
―많은 나라가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려고 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벤처캐피탈의 글로벌화를 꿈꾸며 전 세계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그때 하나 깨달은 것이 있지요. 전 세계 어디든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런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면 됩니다.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자꾸 규제하려고 해요. 그것이 기회를 잃게 하지요."
―제2의 실리콘밸리 후보는 어디입니까.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그나마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찾으라면 베이징입니다. 그곳에는 10억달러씩 버는 기업들이 널려 있어요. 70억달러 버는 곳도 있고.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따라 합니다. '어떻게 성공했을까, 나도 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지요.
실리콘밸리도 처음엔 기업이 몇 개뿐이었어요. 그런데 페어차일드, 인텔, HP 등 성공한 기업이 나타나면서 다른 기업들도 실리콘밸리에 뛰어들게 만든 것입니다. 한국 젊은이들도 '나도 Mr.삼성이 되고 싶다' '구글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도전해야 합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등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창업가들이 성공담을 후배들과 적극적으로 나누려는 점이 참 부럽습니다. 한국에도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넥슨 등 크게 성공한 기업들이 있는데 창업자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은둔하고 숨어버립니다.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서 기뻐한다는 뜻이죠. 우리에겐 혹시 남의 성공을 보면서 그것을 인정하기보다는 뭉개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요? 샤덴프로이데를 '영웅의 문화(culture of heroism)'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숭상합니다. 사람들이 '와, 빌 게이츠다'라고 반기고 빌 게이츠는 '안녕하세요, 여러분. 나는 여러분과 내가 이룬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지요."
―드레이퍼 가문은 4대째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약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집안에 특별한 유전자가 있는 것 아닙니까?
"하하. 올해 스물일곱인 제 아들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창업 지원 기업)를 하고 있어요. 여하튼 아들까지 포함하면 4대째 벤처 투자업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기사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29/20131129018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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